2025년 파라오 카지노 희곡·시나리오 부문 응모작품은 모두 16편이었고, 그중 희곡은 4편, 시나리오는 12편이었다. 응모작의 수가 적지 않았고, 대부분의 응모작들이 나름의 반짝임을 가지고 있어 심사가 즐거웠지만, 눈에 띄는 각별함이나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은 없어 아쉬웠다. 개인 영역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흥미로운 사건을 전달하고자 했던 응모작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내러티브의 구조와 설정의 디테일에서 약점을 보였다. 문학 자체가 그렇지만, 연극과 영화를 전제로 하는 희곡과 시나리오는 특히나 더 독자·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전제로 한다. 나의 이야기를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는 그것을 읽거나 보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만날 때 좋은 작품으로 완성될 수 있다. 독자·관객은 왜 나의 작품을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읽거나 보게 될 것인가? 삶의 진정성 있는 묘사를 통해, 혹은 시의성 있는 주제나 철학적 문제에 대한 논쟁과 성찰을 통해, 또는 흥미로운 형식적 실험 등을 통해서도 작가는 관객과 독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겠지만, 희곡과 시나리오의 재미와 감동은 우선적으로 극적인 긴장의 고조와 해소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고려돼야 한다. 만약 그런 전통적인 내러티브 구조에 의존하지 않고자 한다면, 그것의 역할을 대신하는 무언가를 확실하게 가지고 와야 한다. 응모된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이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거나,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효과적으로 구현되지 않았다. 또 하나, 응모작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었던 문제는 설정의 디테일 부족이다. 내가 직접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나 세계를 묘사하고자 한다면, 혹은 일상적이지 않은 사건을 개연성 있게 묘사하고자 한다면, 좀 더 치밀한 사전조사를 통한 상황 설정과 디테일한 묘사가 필수적이다. 여기에서 완성도가 떨어지면 독자와 관객은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망설임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런 아쉬움들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응모작들은 응원해주고 싶은 선명한 개성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진정성 있는 삶의 묘사인 경우도 있었고, 감각적인 묘사나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체인 경우도 있었고, 흥미진진한 아이디어거나 사회비판적인 성찰의 흥미로운 극적 묘사인 경우도 있었다. 수상까지는 이르지 못했더라도 계속 글을 써야할 이유를 충분히 가진 작품들이었다. 수상 여부와 무관하게 글쓰기를 계속 이어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가작으로 「노란 것들은 저마다의 신음으로 날았다」(시나리오)와 「초록색 의자」(희곡)을 선정했다. 앞서 언급한 문제들은 두 작품에도 여전히 발견되지만, 극적인 구성과 심리 묘사가 선명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노란 것들은 저마다의 신음으로 날았다」), 또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극적 구조와 잘 결합시키고 있다는 점에서(「초록색 의자」) 좀 더 큰 응원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었다.
홍진호 교수(독어독문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