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좋아하는 영화를 누군가 싫어할 때 기분이 상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 있다. 나는 속상하지는 않지만 의아하다고 답했다. 어떻게 이걸 안 좋아하지? 이해되지 않아서. 내가 영화에 대한 글을 자발적으로 쓸 때면 그것은 보통 옹호하고 변명하기 위해서였다. 이상한 것, 소름 끼치는 것, 공적으로 아카이빙되지 않은 것,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것, 저주받은 것, 쉽게 사랑받지 못하는 것…. 나는 늘 컬트, B급, 저예산 등의 키워드에 감동받았고, 이들은 도발적인 자세로 앉아 퀴어링(queering)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삼거리 극장〉을 보기 전부터 내가 이 영화를 사랑하리라는 예감을 갖고 있었다. 예감이 맞아떨어진 여름밤에 토해내듯 초고를 썼다. 이 ‘초고’는 내 글로서는 이례적으로 잦은 수정을 거치는 영광을 누렸다.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다시 읽어보니 겸연쩍고도 뿌듯하다. 〈삼거리 극장〉을 귀엽고 사악한 퀴어 영화로서 좋아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다.
마지막 문단은 고마워하는 일에 할애하고 싶다. 나는 감사함을 잘 모르는 오만한 사람이지만, 이번 수상은 정말이지 감사한 일이다. 내가 가진 관점과 문장들이 ‘읽을 만한’ 것으로 인정받았다는 기분이 든다. 형태가 무엇이든 글쓰기를 이어갈 용기를 받았다. 좋은 기회를 마련해준 『지니 카지노v』과 글을 읽어주신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린다.
수상을 빌미로 평소 표현하지 못했던 이들에게도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대학 생활에서 가장 소중한 인연들의 시발점이 된 미학과 영화비평학회 장치에게 감사하다. 일 년에 두 번씩 모여 이상한 영화를 함께 보는 쿠소영화클럽, 구하기 힘든 퀴어 영화를 공유하는 헝클 역시 고맙다. 앞으로도 나는 느슨한 공동체에 끊임없이 의지하며, 이상한 영화를 보고 이상한 글을 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