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힘든 일을 너무 조금 겪어서 시를 잘 쓰지 못할 거라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리고 나를 힘들게 하는 시를 너무 그리워한다. 올해 시 응모작들 가운데에는 생각보다 잘 쓴 시가 많았다. 이 시들이 아프다. 이 시들이 서울대에서 시의 시대를 열 수 있다는 예감으로 나는 괴롭다. 시는 더 불행한 자의 어깨 위에 손 얹기를 좋아하기 때문이고, 학우들이 불행한데도 내가 불행하지 않은 일은 참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많이 나를 힘들게 하는 시를 보고 싶다. 시만이, 더 적확하게 말한다면, 시다운 것만이 나를 미치게 할 만큼 힘들게 할 수 있다. 소설이나 희곡이나 비평에는 미안한 말이지만, 너무 힘들어서 미쳐버린 사람의 말은 시가 가장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멀쩡한 척하는 사람들한테는 미친 것처럼 보이는 말을 내뱉는 시는 세상이 얼마나 자신을 미치게 하는지를 드러내고, 자신을 미치게 하는 세상이 진짜 미친 것임을 드러내고, 자신이야말로 얼마나 제정신인지를 드러낼 수 있다. 이런 시를 더 많이 보고 싶은 마음으로 다음 작품들을 추천한다.

「내가 죽은 뒤에 종말이 온다」는 한 편의 재난영화가 떠오를 정도로 역동적인 이미지와 단어의 구사, 그리고 종말이 성큼 다가오는 모습을 예상 밖의 시행 걸침(앙장브망)으로 표현한 형식미가 돋보였다. 여타 출품작들 가운데에는 어렵고 무거운 단어들이나 가볍고 통통 튀는 단어들을 활용한 경우가 많았다면, 이 작품은 일상 언어로 ‘상상 불가능한’ 종말의 풍경을 잘 그려낸다.

「기도합시다」는 매우 구체적이고 재밌는 상황과 화자를 설정해, 친밀하고 코믹하게 느껴질 만큼 친밀한 목소리로 종교와 죽음과 애도를 말하는 놀라운 형식의 작품이다. 이 작품을 쓴 응모자의 다른 작품들도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내고 어조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점이 믿음직스럽다.

「코멘터리」는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도 강한 호소력을 지니는 시다. 축구의 아이러니에 착안한 은유로 작품 전체를 조직하는 솜씨가 좋다. 무언가를 향해 내달려오다 나름의 성취를 이룬 뒤 힘이 빠져 있을지도 모르는 교내 독자들에게도 큰 공감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오예슬 교수(영어영문학과)

홍승진 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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