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합시다

손가윤

 

저가 항공사에서 비행기 표를 샀는데요. 나는 이십만원을 지불하고 추락하고 있어요. 달빛이 작은 창문으로 들어오는데 사람들의 놀란 정수리가 보입니다. 여기에는 확률 싸움에서 패배한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철새 무리가 하필이면 이 하늘을 횡단하기로 결정하고. 가장 순진무구하고 하얀 새의 몸통이 엔진 모터에 끼고. 나는 유서를 남길 시간도 없이 추락하는 비행기의 좌석에 묶여있는데. 비명과 구분되지 않는 이 기도들을 무엇으로 녹음할 수 있을까요. 늦기 전에 지상의 사람들에게 전송해야 할 텐데. 누가 나를 위해 남아있는 자들인가요. 떠나는 것과 남는 것 중 무엇이 더 고독한가요. 내가 할 기도는 죽지 않게 해주세요 보다는 우리 엄마 나 없이도 제정신으로 살게 해주세요. 강아지가 백살이 되게 해주세요. 대체로 기도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줄 필요는 없어요.

나 시스티나 대성당에 가고 싶어요. 비행기가 추락하지 않았더라도 시스티나 대성당에는 갈 수 없습니다만. 합창처럼 울려퍼지는 기도가 궁금합니다. 오늘 밤만은 고독하지 않게 해주세요. 이런 기도는 아무도 해결하지 못하는 기도. 고대부터 기도는 사람들을 고독하게 만들었습니다. 반면 성당 앞의 비둘기는 고독하지 않죠. 비둘기는 기도하는 법을 모르니까요. 배우고 싶어하지도 않아요. 비행기는 추락하지 않고 싶다고 빌지 않고요.

요근래 내 관심사는 건강을 영위하다 오십년 뒤에 죽는 것이었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기도입니다. 실패하였으니 나는 다음 기도를 합니다: 다음 생에는 흰 양과 한 집에 살게 해주세요. 저희는 단짝이 될 겁니다. 죽기 직전에는 마지막으로 기도합니다: 양이 고독하지 않게 해주세요. 나를 잃은 양이 내가 그립다며 기도할 일이 없도록. 양은 기도하지 않으니 고독을 모릅니다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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