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은 뒤에 종말이 온다

김민진

 

큰불이 온다

화난 도깨비의 불 같은 불이 온다

 

사철이 분명한 기후에서

가꾸고 싶었던 화단에 대해

선생님은 올해도 설명하고 있다

종이 친다

 

나는 외친다

큰불이 온다!

큰불이 와!

 

그것이 온다

는 사실은 명백한데도

 

도깨비불이 도시를 태우는 구비 설화가 나는 마음에 든다

어느덧 알려질 만큼 알려진

이야기

 

잠을 못 자는

친구에게 들려주는 옛날이야기

 

그래서

너는 그곳의 구경꾼이니?

너는 신나니?

친구가 우는 줄도 모르게 운다

 

불이 해일처럼 지나갈 것 같다

 

잘 부서지는 숯이 된 몸의

형상이 이마 안쪽에

들러붙는다

그것은 까만색이다

그것은 네발로 서는 개를 닮았다

 

친구야,

당연히 나도 불 속에 있단다

대답해 두었지만

 

바다에서부터 불이 다가오는 동안

 

가꾸고 싶은 화단에 기를 털이 잘 엉키는 검은 개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화단의 여름은 덥고

화단의 장마는 조금 길다

 

그곳에 이웃을 모아서

삶이 나를 죽이기 전에 내가 먼저 나를 죽이겠어

떠벌릴 때

나는 그냥 그 말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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