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혜나 기자(뉴미디어부)
황혜나 기자(뉴미디어부)

지니 카지노 입학 후 2년 동안 기숙사에 살며 기숙사와 낙성대를 자주 걸어서 오갔다. 학부생활관에서 5분쯤 걸어 내려가다 보면 아파트처럼 생긴 ‘가족생활동’이라는 건물이 보이는데, 건물 밖에는 유아차와 어린이용 전동 자동차가 여러 대 세워져 있었다. 처음 그 광경을 봤을 때 ‘지니 카지노에 왜 어린이가 있지?’라는 물음이 먼저 머리를 스쳤고, 곧 지니 카지노생이나 지니 카지노원생도 자녀가 있는 부모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초중고 12년을 보내고 지니 카지노에 오기까지 ‘학생’이라는 정체성만이 강했던 나에게 누군가는 학생이면서 동시에 부모일 수도 있다는, 어쩌면 당연한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다.

이때 시작된 개인적인 궁금증이 이번 기획의 출발이었다. 학문적인 추구를 지속하면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했다. 나의 경우 어떤 미래도 계획하기를 미루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그려지지 않는 미래는 바로 ‘만일 자녀가 생긴다면’ 그 후의 삶이었다. 어떤 진로를 택하더라도,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개인적 삶까지 온전히 이어갈 수 있을지가 전혀 그려지지 않았다. 육아휴직도 마음대로 쓰기 어려운, 아이를 낳는 것이 곧 경력 단절을 의미할 수도 있는 나라다. 그런데도 아이를 키우며 개인적인 삶을 이어가는 일을 세상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듯했다. 특히 안정적인 보수나 직업적인 정착이 보장되지 않는 학문적 추구를 지속하며 한 가정까지 꾸려가는 일은 더욱 잘 상상되지 않았다.

그런데 취재를 이어가며, 어쩌면 내 안에 자리하고 있던 편견으로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을 너무 유별나게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루는 생애사적인 사건들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인류가 자신의 종족을 이어온 방식이다. 직업적‧경제적인 성취가 매우 중요한 시대에 더 이상 그리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할지라도, 그렇게 하겠다는 선택이 결코 특이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부모학생들의 존재와 경험은 제도와 담론의 바깥에 머무른 채 비가시화돼 있었다.

누군가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너무 이상적이거나 실현될 수 없는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한 사람이 가지는 정체성을 모두 존중하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식의 말은 너무 뻔하고 쉬운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이는 비단 부모학생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사회를 위한 이야기다. 우리는 누구나 여러 가지 역할과 부담을 손에 쥔 채 살아가지 않는가. 학생에게는 양육할 자녀가 있을 수도 있고, 부양해야 할 식구가 많거나, 돌봄의 부담을 지고 있거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장애나 질병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어느 한 곳에서 다른 ‘나’의 삶이 없는 것처럼 살아야 한다면 결코 건강한 사회라 할 수 없을 것이다. 한 사람이 몇 가지의 정체성과 역할을 가지든 간에 무엇 하나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우리에게는 필요하지 않을까. 영상이 던지는 질문은 우리 모두 입체적인 존재로서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이 돼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좋은 말만 잔뜩 던진 채 영상을 끝내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한 짧은 변명이자, 그저 실현 불가능한 얘기로만 넘기지 말아 달라는 당부 정도로 들어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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