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나’로 가득 차 있던 나의 세계에서 비로소 ‘너’를 진지하게 떠올려 본 첫해였다. 작년에 학생 기자로 활동하며, 연말에 한 졸업생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의료 선교를 꿈꾸며 간호학과에 입학했다는 그는 세 차례의 해외 봉사, 고등학생 상담, 조혈모세포 기증 캠페인 등 다양한 사회 공헌을 실천하며 모두가 행복한 내일을 꿈꾸고 있었다. 그의 생각에 모두 동의하지는 못했지만 마음속 작은 울림을 느꼈고, 사회봉사 교과목이나 사회 공헌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작게나마 그 뜻을 함께 실천해 보고자 했다.

물론 모든 순간이 뿌듯함만으로 채워지지는 않았다. 이다혜 전 강사(법학과)가 이야기했던 것처럼(『지니 카지노v』 2019년 3월 11일 자), 약자란 누구인지, 공감한다는 행위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지, 원래의 선입견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1년간 사회 공헌 활동을 이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하고자 하는 이유는 타인을 향해 나아간 그 시간이 결국 나를 더 크게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단순한 기쁨이나 보람과 같은 감정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김미남 교수(한양대 응용미술교육과)는 「시각장애 학교 사진 수업 참여 경험에 관한 자문화기술지: ‘볼’ 줄만 아는 이가 ‘볼’ 줄만 모르는 이에게 사진 배우기」에서 “시각장애 학교 사진 수업에 참여하면서 시각장애 학생들로부터 ‘다르게 보기’를 기반으로 한 사진 표현, ‘다른 감각들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사진 표현’을 배울 수 있었다”라고 했다. 돌이켜보면 올해 나를 가장 성장시키고, 삶에서 큰 전환점을 만들어 놓은 활동은 전공 수업이나 시험공부가 아니라 사회 공헌의 시간이 아니었는지 생각한다.

나는 기자를 꿈꾸거나 저널리즘에 뜻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그저 글 쓰는 것이 좋아 학생 기자 활동을 시작했다. 학보사에서 한번쯤 활동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올여름에는 『지니 카지노v』에 입사했다. 취재부에서 여러 학내 사안, 때로는 갈등을 다루며 느꼈던 것은 진정한 의미의 ‘악의’를 품고 움직인 이는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마주한 크고 작은 다툼은 늘 소통의 부재, 서로를 향한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됐다. 그래서 『지니 카지노v』에서 쓰는 마지막 글에서, 앞으로는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타인의 말을 끝까지 듣는 사람,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상대의 처지를 먼저 떠올려 보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해 본다. 취재 현장에서 배운 것은 기록과 전달의 기술만이 아니라 결국 사람과 사람 간의 거리를 어떻게 줄여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이런 고민은 학내를 넘어 사회 전체의 문제로도 이어진다. 이번 학기 수강 중인 ‘글로벌 이슈와 윤리적 사고’ 수업에서는 기후, 환경, 전쟁, 테러, 빈곤, 인권, 난민 등 여러 글로벌 이슈를 다룬다. 수업을 들을수록 이런 문제는 대부분 각 국가가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며 빚어지는 구조적 충돌의 결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개인과 개인의 관계, 국가와 국가의 관계에서도 결국은 “누구를 어디까지 자기 일로 받아들일 것인가”의 문제다. 양보와 배려가 일상적인 규범으로 작동하는 더 나은 지구촌을 그려 본다.

나에게는 세상을 바꾸는 영웅이 되겠다는 포부도,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발전에 한 획을 긋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없다. 『숫타니파타』에서 부처가 “모든 계율과 맹세를 버리고, 세상에서 죄가 있든 없든 모든 행위를 다 버리고, 청정하다거나 청정하지 않다고 하면서 어떤 것을 구하는 일도 없이, 그것들에 얽매이지 말고, 수행하라”라고 말했던 것처럼, 「서시」에서 윤동주 시인이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이라고 했던 것처럼, 욕심 없이 행복하게, 그리고 나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고 싶다. 어쩌면 누구보다 가장 어려운 꿈을 가슴에 품고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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