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화) 인문관7(14동) 인문소극장에서 상연된 영문극회 〈햄릿〉을 시작으로 제29회 인문대 네온 카지노연극제가 개막했다. 이번 네온 카지노연극제에서는 △영문극회 〈햄릿〉 △일문극회 〈향기를 입은 사람〉 △노문극회 〈초능력자〉 △독문극회 〈문 밖에서〉 △서문극회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국문극회 〈영월행 일기〉 △중문극회 〈죽은 자가 산 자를 방문하다〉 △불문극회 〈브리타니쿠스〉 총 8개 극회가 여름 동안 준비한 연극을 선보인다. 올해로 29회를 맞은 네온 카지노연극제는 3천 명이 넘는 연극 경험자를 배출해 내며 인문대의 큰 축제로 자리 잡아 왔다. 특히 이번에는 개막제를 통해 같은 극회에 속한 학생뿐만 아니라 타 극회에 속한 학생들까지 함께 어우러지는 만남의 장이 펼쳐졌다. 기자는 지난 2일부터 이틀간 상연된 영문극회의 〈햄릿〉을 관람하고, 네온 카지노연극제와 함께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네온 카지노연극제 최초로 열린 개막제=올해는 무대에 대한 열정과 전통을 이어 나가려는 마음이 모여, 네온 카지노연극제 사상 첫 개막제가 열렸다. 개막제는 〈햄릿〉 상연에 앞서 17시 10분부터 인문관7(14동) 가람 이병기홀에서 진행됐다. 이날 축사를 맡은 인문대 안지현 학장(영어영문학과)은 “코로나19 공백기로 인해 긴 역사를 가진 무대 위의 여러 훈련이 전승되지 못할 위험에 처했었지만 학생들의 노력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졌다”라며 “이런 전통은 각각의 극회에서 개별적으로 이어져 왔지만, 이번 개막제를 통해 네온 카지노연극제가 여러 극회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행사로 거듭나기 바란다”라고 올해 최초로 개막제와 폐막제가 열리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그는 “효율성을 가장 우선시하는 이 시대에 연극을 위해 한여름에도 강의실에 나와 하루에 6시간 이상 연극 연습을 한 학생들이 존경스럽다”라며 “앞으로 네온 카지노연극제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안정민 교수(대진대 연기예술학과)의 축사도 이어졌다. 서울대 미학과 졸업 이후 런던에서 연극을 전공한 그는 “나도 네온 카지노연극제에서 연극을 처음 접하고 연극을 전공하겠다고 다짐했다”라고 밝혔다. 또 “인간이 할 수 있는 수만 가지 활동 중 굳이 연극을 선택해서 연습했다는 점은 격려받아 마땅하다”라고 연극의 가치를 역설했다.
이날 개막제에 참석한 정태백 씨(영어영문학과·23)는 “올해 처음으로 진행된 네온 카지노연극제 개막제인 만큼 다양한 극단들이 극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알아가는 것이 재미있다고 느꼈다”라면서 “개막제를 통해 관심을 갖게 된 극들도 많아서 관객으로서 다른 극단의 공연을 많이 관람할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중문극회 연출을 맡고 있는 그는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더 많이 마련돼 극단 간 교류, 인문대 내부 교류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소름 끼치는 연기로 관객들을 끌어당긴 영문극회=영문극회 BDG의 〈햄릿〉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원작 희곡을 각색한 것으로, 선왕인 아버지의 죽음에 복수하려는 계획을 세워나가는 햄릿의 이야기다. BDG의 〈햄릿〉은 셰익스피어 특유의 긴 운문에서 핵심적인 대사만 남기고 수식어구는 가능한 한 줄였다. 이에 대해 연출을 맡은 이하늘 씨(자유전공학부·19)는 “셰익스피어의 운문은 아름답지만, 관객이 오랜 시간 극장에 앉아 있는 고통을 피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젠더프리 캐스팅을 채택한 이번 작품에는 햄릿과 그의 아버지, 삼촌 역에 여자 배우가 캐스팅됐다. 이로써 배우들은 배역의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고려한 양식적인 연기보다 배역의 핵심 특성을 고려한 연기를 보여 줬다. 햄릿 역을 연기한 신유진 씨(사회학과·21)는 “남성 캐릭터들이 여성 캐릭터로 설정되면서 생긴 변화들로 인해 자칫 진부할 수 있는 고전에 재미를 더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적 이미지가 적극 차용되기도 했는데, 이하늘 씨는 “기존 권력을 쥔 클로디어스에게 맞서는 햄릿의 분노와 반발을 표현하기 위해 1970년대의 펑크 음악과 패션을 활용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극을 관람한 이주언 씨(지능정보융합학과 석박사통합과정)는 “사람이 어떻게 미쳐가는지, 그것을 주변에서 어떻게 부추기는지와 그 안에 어떤 진실이 숨어있는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김효주 씨(의류학과·21)는 “햄릿이 혼자 오열하듯이 소리치고 독백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배우의 발성이 인상적이었다”라고 평했다.
◇잊힌 죽음과 기억된 죽음, 〈햄릿〉의 물음표=연출을 담당한 이하늘 씨는 〈햄릿〉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같은 작가의 다른 비극 『맥베스』에 등장하는 맥베스와 햄릿을 비교했다. 그는 “맥베스는 권력과 힘을 추구하는 인물이라면 햄릿은 부도 권력도 안중에 없이 아버지의 죽음을 제대로 애도하지 못하게 하는 일에 분노하는 인물”이라며 “현대 사회에서 지나간 죽음에 대한 분노는 비효율적이라고 취급당하기 쉽지만, 효율로만 살아갈 수 없는 존재가 인간이기에 이 작품이 지금까지도 상연할 만한 작품”이라고 답했다.
신유진 씨는 “연극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욕심낼 어렵고 매력적인 배역을 맡게 됐다”라며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가 이런 상황에 놓인다면 다르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와 같은 생각이 들어 배역에 대한 애정과 안쓰러움이 생겼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연극을 준비하며 정말 중요한 것은 햄릿이 복수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라며 “비극의 본질은 우리가 진실에 눈떠 고통을 직면하면서도 삶을 이어가는 것과 맞닿아 있다”라고 전했다. 입학 이후 계속해서 네온 카지노연극제에 참여했다는 그는 “학교 밖에서도 관객이 찾아올 수 있을 정도로,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네온 카지노연극제가 알려지면 좋을 것 같다”라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공연 기간이나 예산 규모가 커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당신은 당신의 가장 약한 연결만큼만 강하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1994년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초연한 이후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는 BDG에서 전통처럼 전해지는 말이다. 이하늘 씨는 “연출을 맡아보니 그 말이 사실이었음을 마음 깊이 느꼈다”라며 “연극은 모두가 함께 하는 예술이고 서로와 자신을 믿어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답했다. 그는 “관객이 〈햄릿〉을 통해 죽음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길 바란다”라며 현실에서 어떤 죽음이 기억되고 어떤 죽음이 잊히고 있는지 질문을 던졌다.
네온 카지노연극제는 △노문극회 〈초능력자〉(9/9~9/10) △독문극회 〈문 밖에서〉(9/12~9/13) △서문극회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9/16~9/17) △국문극회 〈영월행 일기〉(9/19~9/20) △중문극회 〈죽은 자가 산 자를 방문하다〉(9/23~9/24) 등 6개 극회의 공연을 남겨두고 있다. 총기획을 맡은 김민지 씨(역사학부·24)는 “네온 카지노연극제에 참여하는 모든 극단과 소통하면서 다양한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과정에서 배우는 것도 많았다”라며 “네온 카지노로 연극을 한다는 대단한 일을 해낸 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