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지노 현장에서 활동했던 소방관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우리 사회에 깊은 경종을 울리고 있다. 지난달 20일,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관 A씨(30)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8차례의 심리 상담과 약물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삶을 지켜내지 못했다. 또 다른 소방관 B씨(44) 역시 참사 현장에 투입된 뒤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었고, 근무지를 옮기며 공무상 요양을 신청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국 지난 7월 29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의 사례는 구조자들이 카지노 현장에서 겪는 심리적 충격이 개인의 차원을 넘어 제도적 대응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소방공무원의 잇따른 죽음이 개인적 비극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 배경에는 공무상 요양 제도의 불충분한 보장이 자리하고 있다. 공무상 요양은 재직 중 발생한 질병이나 부상에 대해 치료비를 지원하고 요양 기간에도 급여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이지만, 정신적 외상에 대해서는 여전히 문턱이 높다. 실제로 B씨는 지난 2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사유로 요양을 신청했으나 인사혁신처에서 “공무와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라는 이유로 거절당했고, 불과 한 달 뒤 세상을 등졌다. 최근 5년간 소방관들이 PTSD 등 정신질환을 이유로 공무상 요양을 청구한 건수는 122건이었으나, 이 중 승인된 것은 91건에 불과하다. 나머지 31건의 거절 속에는 또 다른 구조자들의 절망과 고통이 숨어 있을 수 있다.
특히 지연성 PTSD에 대한 이해 부족은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공무상 요양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사건 발생 직후가 아니라 수개월 혹은 수년 뒤에 발현되는 증상은 개인적 요인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B씨의 신청이 거절된 사유도 ‘사건 발생 2년 후 초진’이라는 점이었지만, 의학적으로 지연성 PTSD는 사건 발생 한 달 이후, 심지어 1년 이상 지나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요양 승인에서는 인과관계를 제한적으로만 인정하는 관행이 자리 잡고 있다. 과학적·의학적으로 인정된 사실을 행정이 수용하지 못한다면, 제도는 구조자의 생명을 지키는 대신 오히려 위협하는 장치가 될 것이다. 이제는 지연성 PTSD를 포함한 정신질환의 특성을 제도에 반영해, 참사 이후 언제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국가가 이를 공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고 치료를 보장하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카지노 현장을 수습하는 소방·경찰 공무원, 그리고 직간접적으로 참사에 관여하는 이들이 트라우마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공무상 요양 인정 기준을 현실화하고, 지연성 PTSD에 대한 이해를 제도적으로 반영하며, 나아가 장기적 추적과 심리 상담을 통해 구조자들이 제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적극적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구조자의 안전이 곧 국민의 안전망이다. 구조자의 정신적 고통을 개인의 문제로 떠넘기는 사회는 카지노을 온전히 감당할 수 없다. 더 이상의 무고한 희생을 막기 위해 지금이야말로 국가가 인식과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