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의학과 박교훈 교수
지난달 29일 박교훈 교수(의학과)를 만났다. 2003년부터 분당서울대병원에 몸담은 그는 고위험 산모·신생아 진료 분야의 선구자로, 분당서울대병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의 초석을 다져온 인물이다.
Q. 정년을 맞이한 소감은?
A. 분당서울대병원에서의 20여 년을 돌아보면 최고의 동료, 학생, 환자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이 큰 영광이었다. 환자들이 나를 믿고 찾아온 것도 서울대 의대라는 든든한 배경과 훌륭한 동료들 덕분이라 생각한다. 책임과 중압감이 큰 자리였지만 이제는 그 무게에서 조금은 벗어나 홀가분한 마음이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감사하고 행복했다’는 말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Q. 산부인과를 전공으로 선택하게 된 계기나 특별한 동기가 있다면?
A. 어릴 적 병상에 계셨던 아버지를 보며 병원과 의사라는 존재를 자연스럽게 접했다. 그래서 막연히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의대에 진학했고, 당시 산부인과가 유망한 진료과라고 여겨져 전공으로 선택했다. 분만은 계속 늘어날 것이란 판단도 있었다.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지만, 당시에는 그런 기대 속에 산부인과를 선택했다.
Q. 대한모체태아의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학회 활동이 진료나 연구에 어떤 의미였는지?
A.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고위험 산모 인프라 개선, 저출생 극복, 안전한 출산 환경 마련 등을 위한 국회 간담회를 진행하고 다양한 정책 제안을 해 왔다. 또 학회 산하 연구회를 통해 다기관 공동연구 기반도 마련했다. 이는 단일 기관이 수집하기 어려운 방대한 데이터를 모아 의미 있는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됐다고 생각한다.
Q. 강단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인상 깊었던 제자가 있다면?
A. 제자들과 상담도 하고 식사도 하며 소통을 이어 왔다. 학생들이 동맹 휴학을 결정했을 때는 교수로서도 많은 고민과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학생 개개인의 입장을 최대한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교수와 학생은 단순히 지식을 전수하는 것을 넘어 삶의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관계라고 믿는다.
Q. 정년퇴임 이후 어떤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A. 고위험 산모 진료는 계속 이어가고자 한다. 9월부터는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센터에서 진료를 시작한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그 지역에서도 안전한 출산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Q.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A. 지금의 학생들은 매우 우수하고 훌륭하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단순히 병을 고치는 것만으로는 좋은 의사가 되기 어렵다. 환자의 마음을 읽고 공감하는 태도와 인간적인 접근이 필수다. 또, 필수의료 분야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현재의 여건은 녹록지 않지만 앞으로 국가의 지원이 점차 늘어날 것이다. 개인의 행복과 의사로서의 보람을 함께 찾을 수 있는 길이 필수의료에 있다고 믿는다.
정년을 맞았지만 박교훈 교수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새로운 병원에서 다시 고위험 산모 진료를 시작할 그는 여전히 환자와 생명을 일상의 중심에 두고 있다. 박 교수는 인터뷰를 마치며 “과분할 정도로 행복했던 지난 시간”을 되새겼다. 정년 이후에도 이어질 그의 발걸음을 응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