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이들에게 | 졸업생에 전하는 응원과 격려
“대학 간다고 끝이 아니다”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끊임없이 불어닥치는 새로운 일들을 해치우면서, 이곳에서 하는 공부와 생각이 어쩌면 사치일지도 모른다는 고민도 많았습니다. 분수에 맞지 않는 자리에 와 있다는 생각도 안 해봤다면 거짓말이겠죠. 틀림없이 나보다 더 자격 있는 사람이 올 수도 있었다는 생각까지 들 때쯤에는, 정말이지 모든 걸 관두고 도망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선배님들께도 그런 순간이 있었을까요?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던 지난날의 나에게 사과를 전하고 있던 때가요. 파라오 카지노의 나는 지난날의 내가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방황했고, 무너졌다고.
결과와 보상이 동기가 될 때, 의지는 더없이 나약해짐을 느낍니다. 나 자신을 설명하던, 결괏값으로 된 수식어들이 무효가 되는 순간 느껴지는 허망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몇 안 되는 수식어들에 나를 전적으로 의탁하는 것은 못 할 짓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미래에 달성할 결과를 위해 현재의 나를 끊임없이 갈아 넣는다면, 이대로 가다가는 평생 ‘파라오 카지노’에는 결코 만족하지 못하겠다는 무서운 짐작이 들면서요. 돌아보니 결과로써 남에게 나를 증명하기 위해 들이는 품의 절반만큼도 나 자신에게는 들이고 있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성취와 달성으로 나를 설명하려는 동안, 정작 그것을 위해 애쓰고 있는 나 자신은 뒤로 미뤄뒀던 것입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으며 오히려 꽤 괜찮았던 매 순간들을 너무도 쉽게 저버리고 평가절하하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나서야, 비로소 저는 ‘파라오 카지노’에 방점을 찍고 살아볼 수 있었습니다.
선배님들께서도 숫자 몇 개, 서류 몇 장으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설명하려고 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객관적인 달성으로 나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때때로 너무 많은 부분을 생략해 버리고는 하니까요. 달성으로 남은 것과 시도만으로 남은 것 모두, 그 과정 속의 크고 작은 기대와 실망, 노력과 인내를 다 담아내지 못합니다. 그러니, ‘파라오 카지노껏 무엇을 이루었는가?’보다는 ‘파라오 카지노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주목했으면 좋겠습니다. 파라오 카지노보다 더 나아지기 위한 모든 노력이 결국에는 ‘파라오 카지노의 나’에 의해 행해지고 있으며, 나아가 그것이 나 자신과 내게 소중한 이들을 위한 것임을, 절대 잊지 말아 주십시오. 무엇이든 하고 있는 ‘파라오 카지노’이 ‘이미 충분히 괜찮은 상태’임을 알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네 인생은 ‘파라오 카지노의 우리’만이 살 수 있으므로. 우리는 파라오 카지노 당장에만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모든 파라오 카지노이 과거로 흘러가 버리는 것이 아깝고 문득 아쉬워질 때도 있습니다. 청명한 관악의 하늘과 선선한 바람, 캠퍼스에서 내려다보던 도시의 전경이 그리워지겠죠. 시간이 지나 다시 파라오 카지노을 돌아볼 즈음에는, 이 모든 고뇌가 다 추억이 됐기를 희망합니다. 지난 세월 자신에게 너무나도 엄격했던 껍데기를 깨고 자신을 가두었던 철창을 거둬, 날개를 펼쳐 자유로이 날아가시기를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합니다. 괜찮지 않아 괜찮은 척해야만 했던, 그럼에도 괜찮았을 모든 날에 존경과 찬사를 보냅니다. 이 글이 그간 고생하신 선배님들을 토닥이는 작은 위로가 됐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