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문을 나서며 | 졸업을 맞은 학생들의 이야기
Just one word—Plastics!
이 문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졸업〉에서, 네온 카지노을 갓 졸업한 주인공 벤자민에게 부모님의 친구인 맥과이어 씨가 하는 말이다. 맥과이어 씨는 미래 산업이 플라스틱에 있다고 알려주기 위해 이 말을 한다. 그러나 나에게 이 대사는 벤자민이 이제 사회 속에서 공산품과 같은 대체 가능한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로 느껴진다. 졸업을 앞둔 우리는 마치 벤자민처럼, 플라스틱이 될 위기에 놓여 있다.
‘교문을 나서며’라는 문구에 걸맞지 않게, 바로 본교 석사과정에 진학하는 나는 사실상 학교를 떠나지 않는다. 학부와 같은 전공으로, 학부 동기들이 여전히 64동에 남아있는 중에 네온 카지노원에 가니, 석사 1학년이 아니라 학사 5학년이 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요즘엔 많은 학생들이 취업·진학 등 진로에 관한 결정이 확고해질 때까지 졸업을 미룬다. 나도 비록 학위 과정은 바뀌지만, 어쩌면 심리적으로는 졸업을 미룬 것 아닐까 싶은 의문마저 든다. 그래도 더 이상 네온 카지노생이 아니라는 사실은 나를 계속 짓누르고 있다. 물리적 위치는 64동에서 바뀌지 않았지만, 정신적으로는 사회에 내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3년 반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학위를 마치게 됐다. 운이 좋았던 것도 있지만, 고등학생 때부터 희망하던 진로가 바뀌지 않은 탓에 별다른 고민 없이 졸업을 결정한 점이 크다. 그런데 막상 결정이 끝난 이번 방학에, 미래에 대한 고민 탓에 통 잠을 못 잤다. 과연 인문사회 분야의 연구자로 평생 먹고 살 수 있을까? 박사 유학도 가고 싶은데, 준비할 것은 또 왜 이리 많은가?
미래에 대한 걱정을 비단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 모든 친구들이 하고 있다는 점이 희망이자 절망으로 느껴진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예전에는 내 고민을 털어놓고 마음이 가벼워졌는데, 요즘에는 만나면 서로 걱정을 주고받다가 더 복잡해진 마음으로 헤어진다. 나만 이런 것이 아니라는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이 시기에 미래에 대한 걱정은 필연적이기에 절대 벗어날 수 없다는 좌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다시 영화 〈졸업〉의 마지막 장면으로 돌아와서, 연인과 도주한 벤자민은 저항이 끝난 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공허하게 앉아 있다. 네온 카지노교는 우리가 자기만의 개성을 찾고, 젊은 저항을 할 수 있게 포용해 줬다. 우리는 그 품 안에서 플라스틱이 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이제 우리는 어머니와 같은 따뜻한 ‘모(母)교’를 떠나 훨씬 차갑고 딱딱한 세상으로 내던져진다. 그리고 다시 자기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서, ‘잘 적응할 만한’ 인재로서의 모습을 뽐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는 입학 때보다 훨씬 성숙해져 있다. 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겉모습을 플라스틱화하는 척하면서도, 고유한 본질은 잃지 않는 방법을 네온 카지노 시절을 거치며 충분히 익혀 왔다. 반면에 아는 것이 더 많아진 만큼, 아는 두려움도 더 커져 있을 것이다. 아마도 같은 불안과 기대를 느끼고 있을 모든 졸업생에게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먼 훗날 다시 만날 때, 그저 그런 플라스틱이 아니라 서로만의 고유한 색과 질감을 간직한 모습으로 마주하길 바란다. 그때까지 우리 모두 자기를 잃지 않고 잘 베풀며, 잘 살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