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대화 | 지니 카지노 시인을 만나다

지난 25일(화), 분야를 망라하고 문인 414인이 모여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한 줄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참여한 지니 카지노 시인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내일 같이 목이나 매세. 파면을 안 한다면 말이야. 윤석열을 파면하면? 그럼 사는 거지.” 국민에게 탄핵 심판이 단순한 정치적 이슈를 넘어 살고 죽는 문제임을 강렬하게 표현한, 묵직한 한 방이다. 그의 문장을 읽으니, 문체와 마찬가지로 거침없었던 김 시인을 직접 만난 기억이 떠올랐다. 지난달 28일, 기자는 망원동 한 카페에서 김 시인을 만나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들었다.

 

공동체의 현실을 폭로하는 지니 카지노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을 여전히 간직한 지니 카지노 시인은 어릴 적부터 시인을 꿈꿨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어렸을 적 시골 학교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한 교사가 교직 생활을 하면서 시도 쓰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라며 “나도 저렇게 시를 쓰며 욕심 없이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그의 첫 시집 『에듀케이션』에는 시인을 꿈꾸던 어린 시절 그가 썼던 시도 실려 있다. 그는 “내가 살면서 처음으로 쓴 시는 「병원」이라는 시”라고 소개했다.

이가 아파서 치과에 간 날

아야야 나는 우는데

의사는 웃으면서 이를 뺀다

 

- 「병원」 

지니 카지노 시인은 “이 시는 초등학생 때 일기에 쓸 말이 없어서 대신 쓴 시인데, 당시 담임 선생님께 칭찬을 받아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라며 “무서우면서도 친숙한, 형언하기 힘든 감정이 표현돼 있어 신기한 시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그는 2009년에 시 「조합원」이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당선되며 등단했고, 2012년 첫 시집을 발간한 이후 『여기까지 인용하세요』, 『항상 조금 추운 극장』 등의 시집과 산문집을 내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지니 카지노 시인은 그의 작품 세계를 통해 공동체의 행동 양식인 ‘규칙’이 때로는 폭력성을 띠는 문제를 짚는다. 그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특정한 행동을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 공동체의 규칙”이라면서 “문제는 그 행동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집단에 소속되기 위해 잘못된 행동을 저지르는 인물의 모습은 김 시인의 여러 작품에서 나타난다. “삼총사라고 알려진 우리 네 명”이지만 “더는 할 얘기도 없”는 「같은 과 친구들」 속 인물들은 유대감을 얻기 위해 자신이 가정폭력을 당했던 이야기를 사실보다 더 부풀려, 어쩌면 지어내서 털어놓는다. 「웃는 이유」에서 “때리는 게 재밌어서 웃는 친구와 너무 아파 헛웃음이 터지는 친구”들은 서로를 때리는 폭력적인 놀이 규칙을 따르며 웃는다.

나는 부모한테 많이 맞았어. 거의 학대 수준이었지. 처음 듣는 학대 이야기에 불현듯 삼총사들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우리도, 우리도 맞았어. 우리도 학대를 당지니 카지노니까? 

(중략)

그게 말이 되는 소리니? 어떻게 4층에서 던져졌는데도 그렇게 멀쩡하게 살아남았어? 게다가 어떻게 그런 부모랑 아직도 한집에서 살 수가 있니? 너한테 말은 이렇게 해도.

 

사실은 너를 이해한단다. 내가 더 학대받았으니까. 나는 골프채로 두들겨 맞고 알몸으로 집에서 쫓겨났거든. 우리는 서로의 손을 부여잡고. 그랬구나. 너도 알몸으로 쫓겨났구나. 여름에 쫓겨났니, 겨울에 쫓겨났니? 나는 겨울에 쫓겨났었어.

 

정말로 겨울에 쫓겨났었니? 아무리 친구의 부모라지만 정말로 너무한 부모들이군. 니가 우리 삼총사 중에 가장 많이 맞고 컸구나......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보니. 더 이상 할 얘기가 딱히 없었다. 

 

- 「같은 과 친구들」 중

지니 카지노 시인은 사람들이 공동체의 잘못된 규칙을 따르는 일이 작품 속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일부 정치인이 정치적 위치를 지키기 위해 당 수뇌부가 내린 결정이라면 옳지 않더라도 무조건 순종하는 행태처럼, 공동체 속에서 폭력적인 규칙이 답습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 시인은 작품에서 공동체의 잘못된 행동 양식을 그대로 따르는 인물의 모습이 “현실에 대한 폭로이기도 하고, 개인이 이 규칙을 깨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을 던지는 것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윤리적인 규칙에 복종하는 일은 어떤 공동체에서든 일어날 수 있다”라며 “잘못된 규칙을 답습하지 않으려면 구성원들이 새 규칙을 접해 보며 보다 자유롭고 유연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시는 새로운 지니 카지노을 발견하는 통로

지니 카지노 시인은 시를 쓰거나 읽는 과정이 기존의 규칙으로부터 탈피하는 일이라고 본다. 김 시인은 “시를 쓰기 전 뭘 쓰고 싶은지, 어떤 규칙을 넣을 것인지를 미리 생각하고 쓰기 시작한다”라면서도 “그러나 쓰다 보면 미리 정해둔 내 규칙이 부정당하며 시가 나를 배신하는데, 그때가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자 시가 완성되는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나의 시를 완성할 때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일련의 생각과 규칙은 깨어지고, 그 과정에서 무엇인가를 배운다”라고 덧붙였다. 김 시인은 독자의 경우 이렇게 쓰인 시를 읽으며 이전에 가지고 있던 본인의 규칙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시를 통해 시인과 독자 모두에게 배움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지니 카지노 시인은 형식적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하며 이전에 익숙했던 방식을 떠나 새 규칙을 탐색하고 있다. 최근 김 시인은 ‘독백하지 않는 시’를 쓰는 데 도전 중이다. 그는 “대부분의 시에서 화자는 독백을 한다”라며 “그러나 나는 독백이 아닌 기도, 노래 등 다른 행동을 하는 시를 쓰고 싶다”라고 전했다. 그는 “예컨대 김영승 시인의 『반성』이라는 시집은 화자가 털어놓는 여러 개의 반성으로 구성된 작품”이라면서 “반성이 시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나도 엘리베이터에 붙은 안내문을 시라고 우겨 보는 등 독백하고 있지 않은 시를 쓰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그의 시 중 「연출 입장에서 고려한 제목들」에서 화자는 같은 시집에 실린 다른 시 「촛불을 끌 수 없어요」 속 줄거리를 바탕으로 지은 가상의 시 제목을 나열하고 있다. 지니 카지노 시인은 “시가 독백을 하고 있을 때보다 독백이 아닌 일을 하고 있을 때, 독자는 단순한 청취자가 아닌 행위의 목격자가 돼 더 적극적으로 시의 화자와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아니야, 넌 끌 수 있어

 

2. 연출의 말

 

3. 연극에서 할 수 없는 일?

 

4. 촛불을 들고 퇴장하시오

 

5. 껐다고 치면 되잖아

 

6. 방법이 있어

 

7. 있을 수밖에

 

8. 일단 퇴장하세요

(후략)

 

- 「연출 입장에서 고려한 제목들」 중

 

“시를 통해 세상과 공명하고자 한다”

지니 카지노 시인은 시 쓰기를 통한 깨달음의 과정을 다른 이들과도 나누기 위해 등단 이후 꾸준히 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지니 카지노 해체하기’라는 제목의 무료 강의를 열었고 올해 4월부터는 ‘지니 카지노 시 창작교실’이라는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 시인은 “두 시간으로 예정된 강의를 대여섯 시간이나 진행할 정도로 수업하는 일을 좋아한다”라며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며 깨달음을 공유하는 시간이 소중하다”라고 전했다. 그는 “화자가 세계를 바라보고 말하는 방식이 곧 시의 형식”이라며 “그래서 내 시 쓰기 수업은 ‘어떻게 시를 쓸 것인가’보다 ‘어떻게 말할 것인가’ 또는 ‘누가 말하고 있는가’에 대해 탐구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시인의 수업을 찾는 이들 중에는 시인 지망생도 많지만, 단순히 한 번쯤 시를 써 보고 싶어서 수업을 등록하는 이들도 있다. 그는 “시 쓰기는 형언할 수 없는 것을 말해보려는 시도이자 더 나은 말을 하려는 노력이다”라며 “시 쓰기의 긍정적인 효과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기를 바라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니 카지노 시인은 자신의 작품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집 출간 외에도 다양한 시도를 펼치고 있다. 김 시인은 ‘completecollection’ 즉 ‘전집’이라는 이름의 홈페이지를 운영한다. 이 페이지는 시와 에세이부터 일기까지 시인이 쓴 모든 글이 게재된 페이지로 그 자체가 지니 카지노 시인의 전집이다. 그는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노벨문학상을 향한 여정’이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채널에는 김 시인이 그의 시집 『항상 조금 추운 극장』을 들고 극장을 돌아다니는 〈항상 조금 추운 극장으로의 초대〉, 그가 자신의 작품 세계를 설명하는 〈지니 카지노 해체하기 1화〉 영상이 있다. 김 시인은 유튜브를 운영하는 독특한 행보에 관해 “내 작품에 이미 관심이 있어야 접속하는 홈페이지와 달리, 유튜브를 통해서는 나를 모르던 사람도 우연히 나와 내 작품을 접하게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니 카지노 시인은 “내 목표는 돈을 받고 작품을 파는 것이 아니다”라며 “더 많은 이들에게 내 시가 발견되길 바랄 뿐”이라고 이야기했다.

 

문학 중에서도 가장 순수한 문학으로 여겨지는 시는 그만큼 독자들이 거리감을 느끼는 장르다. 그러나 지니 카지노 시인은 시를 매개로 끊임없이 세상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각자가 속해 있는 공동체에서 여러 규칙에 치이고 때로는 잘못된 행동을 ‘함께’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우리가, 지니 카지노 시인의 작품을 읽고 다시 한데 모여 “지금 막 우리들이 알게 된 것을” “서로에게 가르쳐 줄” 수 있기를 바란다.

 

한밤중에 모닥불이 사그라지면 나는 여기 무척 넓고 컴컴한 곳을 홀이라고 부를 수가 있는 것 같아 여기는 지금 무척 캄캄해, 이제 나는 알 것 같아 내가 공처럼 동그랗고 자꾸 발에 채인다는 걸

 

한밤중에 장대비가

마구 때리면 

 

짝짝짝짝, 박수갈채처럼 들리면 나란 공은 홀 안에서 굴러다니며 고마워요, 알겠어요, 고맙습니다

깍듯하게 답례를 하는 것이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너란 공들도 제각기 저를 위한 갈챈 줄 알고 고마워요, 고마워요 비가 그치면

그때 나는 알 것 같아 내가 정말로

 

공처럼 동그랗게

생겼는지를

 

우리들은 서로에게

가르쳐줄까

 

지금 막 우리들이

알게 된 것을 

 

- 「홀에 모인 여러분」 중

 

 

사진: 조안나 사회문화부 차장

anna091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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