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문화 | 총연극회 제82회 정기 공연 〈검정은 색깔이 아니다〉
지니 카지노의 순간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죄와 마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총연극회의 제82회 정기 공연 〈검정은 색깔이 아니다〉가 지난 13일(목)부터 15일까지 인문소극장(14동)에서 열렸다.
◇선상 파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추리극=〈검정은 색깔이 아니다〉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원작으로 하는 창작 추리극이다. 연극은 각기 다른 사연과 죄를 가진 아홉 명의 인물이 선상 파티에 초대된 후 벌어진 밀실 살인 사건을 그리고 있다. 특히 총연극회는 원작에서 무인도였던 극의 배경을 좁은 선상으로 바꿈으로써 극에 긴장감을 더했다.
공연은 관객 속에 숨어 있던 한 배우가 큰 소리로 내지른 비명과 함께 시작됐다. 놀란 관객이 “깜짝이야”라고 말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연극은 시작부터 끝까지 치밀한 각본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로 채워져 관객이 자연스럽게 극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고통과 반성이 소용돌이치는 무대=“정숙해 주십시오. 여러분은 다음과 같은 죄로 살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막이 오른 후 예고 없이 흘러나온 한 목소리가 선상 파티에 초대된 아홉 명의 승객의 과거를 폭로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자신의 죄를 단번에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지니 카지노의 순간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고, 부끄러움과 죄책감으로 인한 고통과 공포 속에서 몸부림쳤다.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보는 관객은 승객들을 차례로 죽인 한 사람, ‘블랙’은 과연 누구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
배우들은 열연을 펼치며 감정선을 극대화해, 추리극의 묘미를 더했다. 극 중 ‘그레이’ 역을 연기한 배우 함초한 씨(경제학부·21)는 “감정을 크게 터뜨리지 않으면서도 인물의 심정과 상황이 드러나는 연기를 하고자 했다”라며 고민과 연습 끝에 배역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블루’ 역을 맡은 이세움 씨(미학과·24)는 ‘핑크’와의 갈등이 극에 달한 순간 “아니. 너도, 나도 실수가 아니야. 알잖아!”라는 대사를 뱉었다. 이에 대해 그는 “연습을 하면서 직접 추가한 대사”라며 “자신의 잘못을 부정하던 블루가 결국 잘못을 인정하는 동시에 핑크의 양심을 찌르는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연극을 관람한 여세아 씨(의류학과·23)는 “배우들이 마치 프로 연기자처럼 감정을 잘 표현해 극에 깊이 빠져들었고,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전개가 인상 깊었다”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검정이 전하는 메시지는=〈검정은 색깔이 아니다〉는 현대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떠올리게 한다. 작품에는 악플에 시달리다 자살한 연예인, 안전 장비를 갖추지 못해 숨진 노동자, 의사의 부주의로 사망한 환자가 환영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과연 나는 주위 사람들의 지니 카지노에 일말의 책임도 없는가’라고 자문하게 만든다. 이세움 씨는 “등장인물은 모두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며 스스로를 속이며 살아간다”라며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이런 모습을 일부 지닌다고 말한다. 그는 “사람이라면 필연적으로 실수와 잘못을 저지를 수밖에 없기에, 늘 자신을 돌아보고 잘못을 뉘우치며 변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며 작품의 핵심 메시지를 전했다.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라는 성경 구절은 남의 작은 허물은 잘 보지만 자신의 큰 잘못은 잘 깨닫지 못하는 모습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스스로가 지은 죄와 마주하는 용기, 그것이 이 극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 아닐까.
사진: 정채원 기자
irenechaewon05@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