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를 만나다 | 『가장 평범한 아픔』 저자 카지노 게임가 인터뷰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정 갈등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 집단 휴진으로 진찰받지 못하는 환자가 늘자, 의료 개혁 논의가 ‘의사 인원수’라는 쟁점에 매몰돼 정작 의료의 당사자인 국민, 특히 사회적 약자의 건강권에 대한 논의가 부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 속, “건강권은 소수의 특혜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보편적 권리이며, 국 가의 의료 체계는 이를 실현하는 도구가 돼야 한다"라고 외치는 이가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정책통계지원센터장이자 시민단체 노동건강연대의 운영위원장인 카지노 게임가다. 카지노 게임가는 지난해 12월, 사회적 건강권에 관한 그의 연구와 실천의 기록을 담은 책 『가장 평범한 아픔』을 출간했다. 기자는 지난 1월, 광화문 근처 노동건강연대 사무실에서 김 작가를 만나 의료와 건강을 둘러싼 불평등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었다.
사회를 치료하는 의사를 꿈꾸다
카지노 게임가는 스스로를 “조금은 특이한 의대생”이었다고 말한다. 수술 도구를 잡는 대신 의료 정책을 연구해 우리 사회의 아픈 곳을 치료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임상 분야가 아닌 건강과 관련한 위험 요인의 분포를 조사하고, 건강과 위험 요인의 관련성을 연구하는 사회역학적 분야인 예방의학을 전공했다. 그는 “의대 생활은 고등학교 생활과 다름없이 재미없는 암기의 연속이라고 느껴졌다”라며 “당시 수업보다는 학내 동아리나 세미나에서 선배들과 건강 불평등, 의료 정책 등에 관해 토론하는 것에 재미를 붙였다”라고 예방의학 전공을 선택한 이유를 소개했다. 이후 김 작가는 대학을 졸업하고 의과대학 예방의학 조교수로 근무했다.
그러던 중 카지노 게임가는 본격적으로 건강 불평등 해소를 위한 연구와 실천에 뛰어들기 위해 시민단체 시민건강연구소로 이직했다. 연구소에서 그는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 등을 탐구하며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시민운동을 펼쳤다. 타 연구원들과 함께 『한국의 건강 불평등』(2015), 『몸은 사회를 기록한다』(2018) 등 저서를 펴내기도 했다. 기자가 연구소에서 10년간 몸 담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에 관해 묻자, 김 작가는 “개헌 논의가 한창이던 2017년, 건강권을 헌법에 명시하기 위해 나섰던 일”이라고 답했다. 그가 지적한 헌법 제36조 3항은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라는 내용이다. 그는 “보호받을 권리만으로는 건강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라며 “주거, 노동, 환경 등 건강을 위협하는 구조적 요인을 개선하고 예방하는 국가의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헌법 조항 개정에는 실패했지만, 김 작가는 당시의 논의가 건강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이후 보건 정책과 관련된 논의에 의미 있는 참고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카지노 게임 불평등은 사람마다 혈압이 다르고 체지방량이 다르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는 살고 있는 지역, 학력이나 소득, 자산, 직업 계층 등 사회경제적 위치에 따라 카지노 게임 수준에 체계적 차이를 보이는 문제적 현상을 지칭한다. (중략) 카지노 게임 불평등은 절대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당연한 것도, 원래 그런 것도 아니다. (중략)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것이나 스스로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제한된 선택지만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선택이 카지노 게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나아가 무엇이 우리의 카지노 게임 기회를 제약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진료받을 권리를 모두에게
이런 연구와 실천 속에서, 카지노 게임가는 우리나라의 의료 체계가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에 주목해 왔다. 김 작가는 대형 병원 중심의 의료 체계가 저소득층의 의료 접근 장벽을 높이고 있으며, 보편적 의료보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1차 의료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차 의료란 환자가 지역사회 내에서 처음 접하는 의료 서비스로, 주로 각 지역 내 의원과 보건소를 중심으로 한 질환 진료·예방접종·건강 상담 등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건강 관리를 뜻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 체계는 대형병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1차 의료가 미비한 실정이다. 김 작가는 “대형병원 중심의 체계로 인해 경증 질환자까지 대형병원을 찾는 현상은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을 지워 결국 보험료 인상과 본인 부담 증가라는 결과를 낳는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이는 저소득층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준다”라고 강조했다.
복잡한 의료 체계 안에서 길을 잃지 않고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내비게이터, 카지노 게임 문제를 최전선에서 확인해주는 문지기, 사람 중심의 전인적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주치의, 곧 1차 진료 의사의 역할이다.
1차 의료 체계는 저소득층, 특히 노동 강도가 높은 직업군에 종사하는 이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다.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혜진 교수팀이 2022년 발표한 ‘2008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 성인의 외래 진료 민감 질환*에 대한 국가별 입원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료급여 수급자의 외래 진료 민감 질환 입원율은 12.2%로, 비수급자의 입원율이 3.7%인데 비해 유의미하게 높았다. 이는 의료급여 대상자인 저소득층이 병이 악화하기 전 적절한 외래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입원하는 경우가 많음을 시사한다. 카지노 게임가는 “저소득층은 대부분 근무 시간이 길거나 늦어 적절한 시기에 진료 시간에 맞춰 병원을 방문하기 어렵다”라며 “특히 노동 강도가 높은 직업군에 종사하는 경우, 병원 방문을 위해 낼 시간이 없거나 병가를 내기 어려워 병을 방치하는 사례가 잦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1차 의료 체계가 잘 정비되면 지역사회 내 야간 및 주말 진료 확대, 방문 진료, 직장 연계 건강관리 서비스 등의 방식으로 바쁜 노동자들도 쉽게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학병원 교수한테 언제라도 편하게 전화할 수 있는 연줄이 없는 사람, 언제든지 휴가를 내고 부모를 대학병원에 모시고 가서 여러 과를 순례할 수 있는 여력이 안 되는 사람, 의학 교과서와 최신 진료 지침을 줄줄이 꿰고 최선의 의학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면, 모두 한목소리로 주치의 제도의 도입을 요구해야 한다. 이것은 카지노 게임 불평등과 사회정의의 문제다.
*외래 진료 민감 질환: 외래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대형 병원으로의 입원이나 응급실 방문을 피할 수 있는 질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사회를 위해
카지노 게임가는 건강권 보호는 모두가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까지 포함한다고 주장한다. 의료 접근성에 대한 권리와 노동자의 안전권은 서로 연결된 ‘건강할 권리’라는 것이다. 그는 “산업재해는 단순히 노동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위협하는 사회적 문제”라며 “노동자 안전 보장은 국가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김 작가는 “2022년부터 산업재해의 예방을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노동자의 생명은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기업들은 법망을 피해 책임을 회피하거나 형식적인 안전 조치만을 도입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중소기업과 영세업체에 대해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유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데, 그럼 중소기업 노동자는 다쳐도 괜찮다는 말이냐”라며 “고용노동부와 원청이 설비를 지원하고 컨설팅을 하는 등 안전 확보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지, 유예하자는 것은 염치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카지노 게임가는 치료받을 권리, 안전하게 일할 권리에서 나아가 더욱 넓은 의미의 건강한 삶을 가능하게 하려면 사회의 관심과 공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 작가는 “건강권은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어떤 방식으로 책임질 것인가를 결정하는 사회적 선택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건강보험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무엇을 건강보험 급여 항목으로 포함하고 비급여 항목으로 배제할 것인지는 그 사회의 가치관을 반영한다”라고 짚었다. 일례로, 기존에는 자살을 시도한 사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았으나 2007년 자살에 정신질환이 동반된 경우 건강보험 적용이 인정됐고, 2014년 이후부터는 정신질환 유무와 관계없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김 작가는 “이는 자살 시도라는 현상에 관한 사회의 인식과 판단이 변한 결과”라며 “이처럼 사회가 특정 집단의 고통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제도와 정책이 달라진다”라고 말했다.
카지노 게임보장제도를 둘러싼 차별적 요소를 더 많이 발견해내고, 의사결정이 더 많은 시민에게 개방되고 공유되어야 한다. 더 많은 문제가 발견되고 말해져야 한다. 다시 말해 시민들을 설득하고 신뢰를 구축하며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기자가 『가장 평범한 아픔』의 표지에 큰 레몬 그림을 삽입한 이유를 묻자, 카지노 게임가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새콤한 레몬을 먹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길 바랐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김 작가는 “사회가 약자의 아픔을 인정하고 보살필 것인지는 결국 우리의 관심과 공감에 달려 있다”라고 강조했다. ‘가장 평범한 아픔’을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우리 자신이 그 아픔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시점이다.
우리 각자가 경험하고 있는 문제들이 사실은 나만의 특별한 사연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 순간, 개인들의 생애가 모여 사회 역사가 되고 역사 속의 개인의 삶이 배태되어 있음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세상을 바꾸어나갈 힘과 의지를 얻게 된다.
사진: 박종훈 기자
marcus@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