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소비 문화로 확대된 온라인 카지노 갈등을 살피다

지난 2월, X(구 트위터)에 LG생활건강의 제품 ‘발을씻자’ 광고를 게재한 인플루언서가 남성 혐오 발언을 했다는 항의가 빗발쳐 광고 글이 5일 만에 삭제되는 일이 있었다. 이후 LG생활건강의 대응에 대해 X 내에서 여성혐오 논란이 제기됐고, 이는 불매 운동으로 이어졌다. 우리 사회에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오랜 문제로 남은 ‘온라인 카지노 갈등’이 소비 영역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이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청년들의 온라인 카지노 갈등

오늘날 청년 세대는 온라인 카지노 갈등을 우리 사회의 주요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2024년 18세에서 29세 청년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 대상의 87%가 온라인 카지노 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했으며, 그중 40%는 갈등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한국에 온라인 카지노 갈등이 극심하다는 진단은 과거에 비해 현재 훨씬 뚜렷하다.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가 2023년 발표한 ‘한국인의 공공 갈등 의식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카지노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한 비율은 2013년 29%에서 2023년 53%로, 10년 사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김영미 교수(동서대 사회복지학과)는 “진보와 보수·노사·세대·빈부 등 다른 차원의 갈등에 대한 인식은 10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는데, 온라인 카지노 갈등의 경우에만 큰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라고 짚었다.

온라인 카지노 갈등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더 첨예하다. 최바올 교수(한국기술교육대 교양학부)는 지난해 진행한 20대의 온라인 카지노 갈등 인식에 관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연구 참여자들이 주변 지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는 온라인 카지노 갈등이 심하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라면서도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온라인 카지노 갈등이 굉장히 심각하게 느껴진다고 입을 모았다”라고 전했다. 김영미 교수는 “커뮤니티에서 각종 혐오 표현이 만들어지고 유행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온라인 카지노 갈등은 대부분 온라인에서 심화된다”라며 “SNS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청년 세대에서 온라인 카지노 갈등 문제가 깊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라고 설명했다. 

 

갈등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불매 운동

최근 들어 온라인 카지노 갈등이 소비 영역에서 표출되는 한 양상으로 불매 운동이 주목받고 있다. 광고물에 포함된 집게손가락 이미지가 남성 혐오 표현이 아니냐는 일명 ‘집게손가락’ 논란이 한 사례다. 이재묵 교수(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는 “이 논란은 온라인에서 일부 이용자를 중심으로 뜨거운 화제가 됐다”라며 소비문화에서 온라인 카지노 갈등이 표출된 대표적인 사건이라 전했다. 집게손가락 논란은 2021년 GS25의 홍보 포스터에 대한 문제 제기로 시작됐으며, 빙그레·르노코리아·넥슨·스타벅스·카카오뱅크 등 여러 기업이 불매의 대상이 됐다. 한편, 지난 2월 불거진 ‘발을씻자’ 논란은 광고를 게재한 인플루언서가 X에 남긴 “키 160대 남자들은 인간적으로 여소(여자 소개)받지 맙시다”라는 발언이 남성 혐오라는 항의로 시작됐다. 문제 제기에 대해 LG생활건강은 광고를 삭제한 후 “해당 인플루언서가 남혐(남성 혐오) 언급을 하는 인물인지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라며 사과문을 게시했다. 이후 X에서는 LG생활건강의 대응을 두고 여성혐오 논란이 제기됐고 불매 운동이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카지노 이슈가 청년층에게 가치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으며, 온라인 카지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영역에서까지 과도한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한희정 교수(국민대 교양대학)는 “‘발을씻자’ 논란에서 문제가 된 인플루언서의 발언은 개인적인 발언이며, 이 발언을 두고 해당 인물에게 광고를 맡긴 일을 ‘남성 혐오’로까지 해석하는 일은 분란을 조장하는 행위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했다. 김정환 강사(사회학과)는 “혐오는 단순히 표현 양식의 차원이 아니라 권력관계의 문제”라며 “집게손가락 논란에서처럼 특정 이미지를 맥락과 무관하게 혐오로 규정하고, 그 이미지를 활용하는 이를 비난하는 것은 일종의 신경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이런 태도는 일상에 모종의 검열을 작동시켜 소통을 위축시킨다”라며 “비난에 동조하는지 여부를 통해 피아를 식별한 결과, 공동체를 분열시키게 된다”라고 비판했다. 특정 이미지를 지나치게 예민하게 받아들인 일부 사람들이 성별에 따라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고 상대를 공격하기 때문에 온라인 카지노 갈등이 첨예해진다는 해석이다.

 

먼저 ‘온라인 카지노 갈등’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야

전문가들은 격화되는 갈등 속, 이 갈등이 정말 ‘온라인 카지노’ 갈등인지부터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온라인 카지노 갈등이라고 명명되는 현상을 들여다보면, 서로를 향해 표출하는 분노가 다른 성별이 싫다는 단순한 감정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으로서 살아가는 부담과 불안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김영미 교수는 “현재는 남녀 간 사회경제적 지위의 격차보다도 같은 성별 내에서 지위가 높은 이들과 낮은 이들 간 격차가 더 크다”라며 사회적 계층 차이로 빚어진 갈등이 성별 차이 때문으로 오인될 수 있음을 설명했다. 그는 “일부 남성이 성취를 이룬 여성을 보며 자신은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재묵 교수는 “성차별을 인정하지 않고 남성에 대한 역차별을 주장하는 남성에 분노한 일부 여성이 다시 한국 남성 전체를 비난하면서 갈등이 커진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최바올 교수는 “작년에 진행한 연구에서 만난 20대 청년들 또한 ‘사는 게 힘들어서’ 온라인 카지노 갈등이 심해지는 것 같다고 응답했다”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점점 극한으로 치닫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남녀 간 진정한 대화의 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청년 다수가 남초·여초 커뮤니티로 서로 단절돼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에 해결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신경아 교수(한림대 사회학과)는 “실제로 존재하는 온라인 카지노 갈등 자체보다, 어떤 사건을 ‘온라인 카지노 갈등’이라는 이분법적 틀로 가둬 해석하는 것이 더 문제”라며 “틀을 깨고 갈등을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김영미 교수는 “비교적 남성과 여성 간 생각의 차이가 작은 지점부터 대화를 시작해 나가면 좋겠다”라면서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인 부분이 무엇인지 성별과 관계없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제도와 인식 측면에서 완전한 성평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금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의견을 나누고 합의에 도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문제를 ‘온라인 카지노 갈등’이라는 납작한 단어로 단순화하는 그간의 몰이해는 바람직한 의견 교환을 막고, 우리 사회가 합의에 이르려는 시도를 방해했다. 공정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은 모두가 같을 것이다. 바로 이 지점부터 대화를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떨까.

저작권자 © 지니 카지노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