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 만난 사람들| 나상현씨카지노
'찬란’한 미래를 그리는, 그렇지만 아직 조금은 외로운 ‘각자의 밤’을 보내는 우리에게 어깨동무하는 카지노가 있다. 서울대 중앙 작곡동아리 ‘사운드림’에서 결성된 ‘나상현씨카지노’는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딱 우리가 가진 삶의 무게만큼의 노래로 위로를 건넨다. 지난 10일(금) 인디 카지노계에서 탄탄히 내공을 쌓아 어느덧 데뷔 10주년을 맞은 나상현씨카지노를 만났다. 음악뿐만 아니라 각자의 분야에서 도전을 즐기고 있는 보컬 나상현 씨(언론정보학과·졸·13), 드러머 강현웅 씨(기계항공공학부·졸·12), 베이시스트 백승렬 씨(지능정보융합학과 박사수료)를 만나 음악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대 3대 바보가 만든 카지노
어떤 말이라도 좋아 지금 이 순간에
너의 하루 속에 남아 간직할 수 있게수많은 밤 수많은 꿈 수많은 이야길
써내려 갈 우리만의 축제를 여는 거야
- 〈축제〉 中
Q. 나상현씨카지노가 교내 중앙동아리 ‘사운드림’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어떻게 결성하게 됐나요?
강현웅(강): ‘서울대 축제 가는 사람은 서울대 3대 바보다’라는 말이 있지만 저희는 축제의 카지노 공연을 하는 것에 욕심이 나서 카지노를 결성했어요.
나상현(나): 현웅이가 얘기한 것처럼 입학해서 처음 축제를 봤는데 자작곡을 하는 교내 팀이 굉장히 많았어요. 축제 공연 분위기가 정말 좋았습니다. 당시에 제가 혼자 곡을 쓰고 있었는데 저도 저렇게 교내에서 자작곡으로 공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팀을 만들기 위해 조금 더 직접적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만나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운드림에 등록하게 됐습니다. 사운드림에서 제 음악을 좋게 들어줬던 현웅이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 모여서 축제에 나가자는 목표를 갖고 카지노를 결성했습니다. 당시 축제에서 카지노들이 모여서 공연을 하는 코너 이름이 ‘따이빙 굴비’였는데 본선을 통과해 따이빙 굴비 무대에까지 오르는 것이 저희의 제1목표였습니다.
백승렬(백): 저는 나상현씨카지노의 초기 멤버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원래 현웅이의 사촌 형과 친구기도 하고 상현이도 알고 있었기에, 카지노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군대를 전역하고 나중에 합류했죠.
Q. 왜 이름이 나상현씨카지노인가요?
나: 카지노를 처음 만들 당시에, 자기 이름을 걸고 활동하는 카지노들이 있었어요. 괜찮은 팀명 후보가 안 나오고 있어서 저희도 그냥 ‘나상현 카지노’로 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제가 왠지 더 위대한 사람이어야 할 것 같고 다른 사람이 봐도 저 자신에 취해 있는 것처럼 보일까 봐 부담스러웠어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씨’를 붙여서 나상현이 아닌 ‘나상현 씨’라는 캐릭터를 만들자는 것이었어요. 당시에 제가 동아리에 친한 사람이 없어서 사람들이 저를 ‘나상현 씨’라고 불렀거든요. 거리감이 느껴지는 ‘씨’를 붙임으로써 신비스러운 느낌의 캐릭터로 활동하려고 했죠. 원래는 제가 선글라스를 끼고 노래하는 것 외에는 말을 안 하는 존재로 콘셉트를 설정했어요. 소개를 할 때도 다른 멤버가 “저희는 나상현씨카지노고, 이분이 나상현 씨입니다”라고 소개하고 저는 노래만 하고 사라지는 것을 의도했어요. 그런데 멘트 진행이 잘 안돼서 저도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신비주의는 사라지고 팀 이름만 남게 됐네요.
Q. 여러분의 서울대 생활은 어땠나요?
나: 저는 수업을 성실하게 듣는 편은 아니었고 카지노 활동처럼 제가 재밌어하는 것에 집중하는 학생이었어요. 고등학교 수험생활을 거치고 나서 더 이상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고 싶은 것을 많이 찾아다녔던 시절이었죠. 그러면서 음악을 만드는 것,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제일 좋았고 영상 만드는 것도 좋아했어요. 그래서 사회대나 학과에서 영상을 만들 일이 있으면 제가 맡아서 만들고는 했었죠.
강: 저는 지금은 기계공학과로 이름을 바꾼 기계항공공학부 12학번 졸업생입니다. 저는 윗공대에 있었는데, 거기 있기 싫어서 자꾸 학생회관 쪽으로 내려와서 놀려고 했던 것 같아요. 학생회관에 있는 중앙 작곡동아리 사운드림에 들어간 것도 그 이유입니다.
백: 저는 학부는 타 대학을 졸업했고 지금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의 오디오 연구소에서 연구 중입니다.
Q. 서울대 문화자치위원회 프로젝트 앨범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의 수록곡 <늦은 새벽>으로 데뷔하셨습니다. 당시 기억나는 바가 있나요?
강: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는 학생회 산하 문화자치위원회가 6~7년 만에 앨범을 발매하는 프로젝트를 부활시킨 것이었어요. 서울대에 있는 많은 카지노들이 학교 축제에서 공연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음악이 많다는 것을 앨범을 통해 보여줄 수 있어서 설렜어요.
나: <늦은 새벽〉과 관련해서 말씀드리자면, 저는 당시 새벽에 깨어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새벽 감성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감성적이거나 솔직해지는 그런 새벽 감성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기꺼이 어깨를 내주는 음악
너도 나와 같은 생각들에 빠져 있을까
각자의 밤이 찾아오면
이 도시에 모인 우린 모두 외로운걸까
그래 우린 전부 슬픈거야
- 〈각자의 밤〉 中
Q. 나상현 씨께서 직접 곡을 작사와 작곡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작업하실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나: 화려하고 신파적이거나 극적인 가사를 부담스러워합니다. 대신 일상적이거나 담백한 것에서 오는 담담한 울림을 좋아해요. 그래서 살면서 느끼는 소소한 감정이나 친구들 사는 이야기를 듣다가 떠오르는 느낌에서 영감을 많이 얻습니다.
Q. 그래서 그런지 나상현씨카지노 노래에 위로를 건넨다거나 함께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곡들이 유난히 많은 것 같아요.
나: 제가 위로를 받는 방식대로 남에게 위로를 주는 것 같아요.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힘든 상황에서, 주변 친구들이랑 술 한 잔 하며 얘기를 나누거나 한탄을 하는 것이 살아가는 데 그나마 힘이 됐어요. 힘들거나 살아가는 데 어려움을 느낄 때, 제가 받고 싶은 위로의 느낌을 음악에 담았습니다.
Q. 특히 청년들에게 나상현씨카지노의 노래가 큰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나상현씨카지노가 보는 우리 사회 청년의 모습은 어떤가요?
나: 청년이 확신을 갖고 안정감을 느낄 만한 무언가가 사회에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물질적인 것을 떠나, 심리적으로 ‘좋은 삶’을 살아가는 것에 대한 개념이 불확실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가 대부분 자기착취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고 생각해요.
백: 요즘 우리는 스스로의 박자에 상관 없이 바쁘게 휘몰아치는 세상에 휩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세상이 너무나 빠르게 달라지고 있지만 그에 발맞춰 가기에 청년은 아직 배우고 경험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변화하는 세상의 불확실성에 많은 청년들이 피로하고 쓰러지는 것 같습니다.
강: 마찬가지로, 청년들이 점점 지쳐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기성세대가 기억하는 그들의 청년 시절만큼의 에너지나 낭만을 갖고 살지는 못하지 않나 싶어요.
Q. 나상현씨카지노가 담고자 하는 청년의 고민은 무엇일까요?
나: 나의 노력과 관계없이 바뀌지 않는 세상을 바라보는 청년의 고민을 담고자 해요. 그 속에서 오는 무력감 혹은 패배감이 있더라도 같은 고민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 함께 버티고 살아 나가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즐길 때 가장 빛날 도전
함께 걸어갈 이 모든 순간의
너와 내가 찬란하게 빛나길
힘겨운 날에 견뎌낸 시간이
언젠가는 밝게 우릴 비추길
- 〈찬란〉 中
Q. 이번 달에 새 앨범이 나왔다고요.
나: 나상현씨카지노가 올해 결성된 지 10주년인데요. 이 10년이 단순히 카지노 활동을 넘어 저의 20대의 10년이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며 시작의 순간과 그때의 감정을 다시 떠올리는 작업을 해봤습니다. 이번 《CLOVER Part 0.5》는 초창기에 추구했던 음악적 스타일과 그때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하나하나 재미있고 용감하게 활동을 이어갔던 것 같은데, 그렇다고 나름의 고민이 없던 것은 아니었거든요. 주변 상황에 따른 여러 혼란스러운 고민이 닥쳐도 계속해서 걸어 나가자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Q. 이렇게 나상현씨카지노에서 음악을 하시면서도 또 다른 각자의 영역에서 활약하고 계십니다.
나: 직업이라고 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개인 방송과 유튜버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방송 진행뿐만 아니라 편집도 직접 하고 있어요.
강: 저는 전공을 살려 폰트 회사에서 폰트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환경에서 폰트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백: 대학원 석박사통합과정 수료 후 졸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 대학원생이자 음악 및 문화 관련 일을 하고 있어요. 시청각 콘텐츠 창작자, 공연전시 기획자 일을 하고 있답니다. 제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든다는 점에서 그 뿌리는 같겠네요.
Q. 백승렬 씨는 제1파워플랜트(68동)에서 전시도 진행 중이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백: 5월 한 달간, 문화예술원에서 기획한 〈다이얼로그02: SYNAPSE〉를 아키히토 오쿠나카 작가님과 함께 전시 중입니다. 세계와 타인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아키히토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눈 후 그것을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낸 전시입니다. 저는 여기서 오디오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연구 주제와 관련되기도 한 이머시브 사운드 시스템(Immersive Sound System)*을 기반으로 작업했는데, 50여 개의 스피커들을 사용해 보다 현실적이고 몰입도 있게 작업을 표현했습니다.
Q. 음악적으로나 음악 외적으로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백: 도전이라 생각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즉각적으로 해온 것이 지금의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것에 대한 배움의 감각을 좋아해서 해보지 않은 것에 뛰어들려고 하는 것 같아요.
나: 결국 ‘재미’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조금씩 발전시키는 것에 보람을 느껴서 계속 도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Q. 서울대에서 각자의 꿈을 키워나가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백: 하나를 한다고 다른 하나를 포기하지 마세요. 사람은 은근히 강인하니까 여러 가지를 시도하면서 앞날을 정해나가면 좋겠습니다.
나: 저처럼 뮤지션의 길로 나아갈 학생들에게 조언을 남기고 싶어요. 창작도 결국 노동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너무 무리하거나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신을 잘 보살펴 가면서 건강하게 오래오래 음악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머시브 사운드 시스템(Immersive Sound System): 몰입감 있는 공간 음향을 구현하는 음향 체계.
유쾌한 사람들, 익숙한 사람들, 친구 같은 사람들로 대중에게 기억되고 싶다는 나상현씨카지노다. 그들은 무대에 오른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일상에 지쳐있던 관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원동력 삼아 나아가고 있다. 10년 뒤, 20년 뒤에도 어딘가의 무대에서 은은하게 위로를 건넬 나상현씨카지노의 모습을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