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카지노 사이트호 침몰 이후 한국 사회의 10년을 살피다
2014년 4월 15일 오후 8시 58분, 인천항에서 출발한 카지노 사이트호는 승객과 선원 및 승무원 476명을 태우고 제주로 향하기 시작했다. 다음 날인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2분, 선박에 탑승하고 있던 단원고 학생에 의해 선박이 기울고 있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같은 날 오전 9시 32분, 현장에 해경이 도착했지만 304명의 사람들은 끝내 선박에서 나오지 못했다. 오전 10시 30분, 선박은 선수부만 남긴 채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24년, 카지노 사이트호 참사가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에 남긴 발자취를 따라가 봤다.
2024년, 카지노 사이트호를 기억하는 조각들
◇‘안녕하십니까?’ 카지노 사이트호를 기억하는 시민들=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시민이 카지노 사이트호를 기억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카지노 사이트호참사 10주기 전국시민행진 “안녕하십니까?” 진실 책임 생명 안전을 위한 행진’(전국시민행진)에 참여한 시민행진단은 서울 도심을 걸으며 “반드시 진상규명, 끝까지 책임자 처벌, 카지노 사이트호 참사 국가 책임 인정하고 사과하라!”라고 외쳤다. 행진을 기획한 4.16연대 류현아 활동가는 “참사를 기억하고 다시 한번 모여 연대하자는 마음으로 행진을 기획했다”라며 “10년간 연대해 온 이들에게 다시 인사를 건네고 카지노 사이트호 참사를 모르는 시민에게 당신의 삶이 안전한지 묻기 위해 ‘안녕하십니까’라고 행진의 이름을 정했다”라고 설명했다. 행진에 참여한 임지혜 씨(홍익대 역사교육과·18)는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카지노 사이트호 참사를 기억해 왔다”라고 밝혔다.
◇유가족에게 카지노 사이트호의 기억은=전국시민행진이 끝나고 카지노 사이트호 기억공간 앞에서 열린 기억문화제에서는 카지노 사이트호 참사 유가족이 발언했다. 단원고 2학년 7반 故 정동수 씨의 아버지이자 4.16카지노 사이트호참사 가족협의회 정성욱 진상규명부서장은 “우리는 부모이기에 왜 카지노 사이트호가 침몰했고, 왜 해경이 승객을 구조하지 않았는지 알아야만 아이들을 가슴에 묻을 수 있다”라고 호소했다. 4.16카지노 사이트호참사 가족협의회 김종기 운영위원장도 “전국시민행진은 기억공간 앞에서 끝나지만, 앞으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안녕하냐는 질문을 건네야 할 것”이라며 “안녕하다고 답할 수 있을 만큼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년에게 카지노 사이트호의 기억은=2014년 당시 청소년이었던 청년들은 카지노 사이트호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카지노 사이트호 침몰 당시를 선명하게 기억하는 청년들에게 참사는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이성록 씨(성균관대 러시아어문학과·22)는 “살릴 수 있었던 수백 명이 바다 아래로 서서히 가라앉는 모습과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는 모습을 생중계로 지켜봤기에, 카지노 사이트호는 트라우마로 남아있다”라고 말했다. 카지노 사이트호 참사 당시 단원고 희생자들과 같은 고등학교 2학년생이었던 홍지운 씨(26)도 “참사가 벌어진 이후에도 재난 방지를 위한 대책이 미비했기에, 참사는 우리 사회의 후유증으로 남아있다”라고 말했다.
카지노 사이트호 참사는 청년들이 국가의 부재를 실감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카지노 사이트호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기억해, 봄〉을 제작한 최호영 씨(20)는 “카지노 사이트호 참사 이후 국가의 존재가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고, 다시는 국가가 역할을 다하지 않아 희생당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짚었다. 이성록 씨도 “이태원 참사 등 재난이 반복되는 모습을 보며 국가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고 느꼈다”라며 “과거에는 국가의 역할이 국민을 지키는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진 지 오래다”라고 털어놨다. 임지혜 씨 또한 “국가가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각자도생 사회라고 생각하게 한 우리 사회의 큰 트라우마”라고 전했다.
10년, 진실의 행방을 찾아서
◇카지노 사이트호 진상규명을 향한 세 번의 조사위원회=그날의 진실은 무엇일까. 카지노 사이트호 참사 이후 국가 차원에서 침몰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해양안전심판원의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위한 검경합동수사본부의 수사가 있었다. 그러나 침몰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조타수의 조타 미숙으로 인한 급변침만 확인됐을 뿐, 카지노 사이트호의 화물 과적이 어느 정도였는지, 어떻게 노후화된 선박이 운영될 수 있었는지, 배의 복원성을 낮아지게 한 무리한 증·개축은 어떻게 이뤄질 수 있던 것인지, 왜 선장과 해경이 승객에게 퇴선 조치를 하지 않았는지 등은 소명되지 못했다. 책임자 처벌과 관련해서도 승객 구조 의무를 저버리고 가장 먼저 탈출한 선장, 현장지휘관이던 해경 123정장을 비롯한 실무자들만 처벌을 받으며 고위 관계자가 책임을 지지 않는 것에 비판이 일었다. 카지노 사이트호 진상규명을 위한 세 개의 조사위원회에서 활동한 박상은 전 조사관은 “기존 조사는 국가 소속 부처의 내부적인 조사였기에 성역 없는 진상규명과 기소가 이뤄지지 못했다”라며 “책임자 기소와 기소에 국한하지 않는 구조적 조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모여 전국적인 운동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해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할 독립적인 조사 기구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그 결과,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총 3번의 독립적인 조사위원회가 출범했다. 강성현 교수(성공회대 국제문화연구학과)는 “카지노 사이트호는 국가가 국민을 구하지 않은 국가적·사회적 재난이기에 재발 방지를 위해서 독립적인 기구를 통해 처벌로만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 원인에 대한 진상규명 조사가 필요했다”라고 밝혔다.
◇첫 번째 조사위원회 특조위, 정부의 방해로 얼룩지다=2015년부터 2016년까지 활동한 4·16카지노 사이트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카지노 사이트호 참사의 발생 원인부터 수습 과정과 후속 조치에 이르는 사실관계와 책임소재의 진상을 밝히고, 재해·재난의 예방과 대응 방안을 수립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특조위는 정부의 방해로 활동에 난항을 겪고 보고서도 내놓지 못한 채 강제 종료됐다. 박상은 조사관은 “정당 추천 위원과 공무원이 조사관을 일상적으로 방해하는 일이 수없이 많았다”라며 “재난 조사는 왜곡되지 않은 초기 증언이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특조위의 출범이 늦었을 뿐 아니라 활동개시가 늦어졌음에도 정부는 발족일을 기준으로 활동 기간을 적용해 특조위를 이른 시일에 강제 종료시켰다”라고 전했다. 이후 당시 여당이 추천한 특조위 위원들이 청와대와 해양수산부(해수부) 공무원과 모의해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고자 ‘카지노 사이트호 특조위 관련 현안 대응방안’ 문건을 작성한 것이 사실로 인정돼, 지난해 관련 책임자들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런 정부의 조직적인 방해는 카지노 사이트호 사건에 국가의 책임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본다. 박종희 교수(정치외교학부)는 “당시 정부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방해하는 등 올바른 재난 수습 과정의 본질을 흐렸다”라며 “카지노 사이트호 참사에 대한 국가의 귀책성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었다”라고 평했다. 강성현 교수도 “정부가 조직적으로 국가의 실수를 은폐하려던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라고 짚었다.
◇두 번째 조사위원회 선조위, 명확한 결론 없이 끝맺다=2017년 카지노 사이트호가 인양된 이후에는 침몰의 기술적 원인을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가 출범했다. 박상은 조사관은 “카지노 사이트호를 인양함으로써 직접 증거들을 통해 최초 침수가 어디에서 진행됐는지 등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선조위 출범의 배경을 설명했다. 선조위는 내부에서 방향타를 조정하는 기계인 솔레노이드 밸브가 고착됐음을 확인하며 방향타의 급격한 회전으로 선박이 급선회했을 가능성을 제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선조위의 사무처장을 지냈던 이정일 변호사는 “카지노 사이트호가 급선회하게 된 원인으로 조타 장치 결함을 확인해 카지노 사이트호 침몰의 원인을 일부 설명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선조위는 침몰 원인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활동을 마무리했다. 선조위는 침몰 원인이 밸브 고장 등 선체 내부에 있다는 ‘내인설’과 외력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는 ‘열린안’으로 나눠 발표했다. 선조위 발표로 침몰 원인이 하나로 규명되지 않자, 잠수함설, 고의적 구조 방기설 등 침몰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카지노 사이트호 참사를 장기적으로 취재해 온 뉴스타파 김성수 기자는 “선조위의 발표 이후 대다수 매체가 외력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열린안과 외력이 있었다고 확실시하는 외력설을 동일시하는 보도를 내놓으며 세간에 각종 의혹이 횡행했다”라고 회상했다. 나아가 기술적 원인에만 주목해 참사의 총체적 진실을 살피지 못한 것도 선조위의 한계로 지목된다. 박상은 전 조사관은 “아무리 밸브 고착이 있었다 해도 선박이 침몰해서는 안 된다”라며 “선조위에서 말한 기술적 원인과 더불어 안전하지 않은 선박이 출항하고 구조 세력이 구조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회적 원인에 대한 연결고리를 함께 전달했어야 했다”라고 선조위 조사의 한계를 지적했다.
◇세 번째 조사위원회 사참위,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조사하다=2018년 3월에는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카지노 사이트호 참사를 함께 조사하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출범했다. 사참위의 사무처장을 지낸 법률사무소 법과치유 오지원 변호사는 “사참위는 강제 종료됐던 특조위를 이어받아 침몰 원인과 함께 법·제도 등 참사를 낳은 구조적 원인을 조사했다”라고 설명했다. 사참위는 3년 6개월간 참사의 원인을 제공한 법령·제도·정책·관행의 문제점을 조사하며 국정원이 카지노 사이트호 참사 직후부터 유가족과 시민단체 활동가를 불법 사찰한 정황 등을 밝혀냈다. 나아가 사참위는 대통령·국회·행정안전부·해수부 등의 국가기관들에 카지노 사이트호 참사와 관련한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32건의 권고안을 발표하며 활동을 종료했다. 이정일 변호사는 “사참위는 카지노 사이트호 인수부터 출항, 침몰 원인, 구조 실패, 특조위 조사방해, 국정원의 유가족 사찰에 이르기까지 카지노 사이트호 참사 전반을 구조적 원인과 함께 살피며 조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라고 평했다.
그러나 대통령기록물·국정원 문건·군 문건 등 아직까지 비공개로 남은 자료들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는 여전히 미완으로 남아있다. 국정원을 조사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는 오지원 변호사는 “내용을 지워서 제공하는 일부 자료만 보고 민간 변호사 몇 명이 국정원을 조사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라고 회상했다. 류현아 활동가도 “당·정·청이 공모해 저지른 조사위원회 방해나 민간인 사찰 등 카지노 사이트호 참사와 관련한 2차 가해의 진상을 규명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방지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침몰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는 것 또한 남은 과제다. 4.16연대 김선우 사무처장은 “4월 16일 아침 8시 49분에 카지노 사이트호가 급변침한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것은 풀어가야 할 과제”라고 짚었다.
10년의 카지노 사이트이 가져온 변화의 물결은
◇안전 제도의 변화=온전한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카지노 사이트호 참사를 기점으로 한국 사회는 여러 변화를 맞이했다. 그중에서도 카지노 사이트호 참사를 기점으로 안전과 관련한 법·제도가 일부 개선된 것이 두드러진다. 백찬수 교수(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학과)는 “카지노 사이트호 이후 분산된 재난 안전 기능을 통합하고 재난 대응 체계를 정비하는 방향으로 재난안전법이 개정되고, 정부를 국가 재난 상황 시 컨트롤타워로 명시하는 지침 개정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재난 상황 시 중앙·지방 간 유기적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청와대를 중심으로 유관 기관이 실시간으로 필요한 정보와 자원을 공유할 수 있도록 경찰, 소방, 국방, 지자체 등 재난 관련 기관의 무선통신망을 하나로 통합한 재난안전통신망을 구축하기도 했다. 이동규 교수(동아대 기업재난관리학과)는 “카지노 사이트호 이후 재난·안전 분야의 예산을 확충하고 재난·안전 시스템에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하며 재난안전통신망이 만들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언론의 재난 보도 시스템 재정립=카지노 사이트호 참사 당시 자극적인 보도를 반성하는 취지에서 언론인 연합 기구를 중심으로 재난 관련 취재와 보도 시 △일반준칙 △피해자 인권 보호 △취재진의 안전 확보 등의 내용을 담은 재난보도준칙이 확립되기도 했다. 김성수 기자는 “카지노 사이트호 이후 한국기자협회·한국방송협회·한국기자협회 등 언론단체들이 모여 재난보도준칙을 만들고 재난보도 윤리강령을 다듬었다”라고 설명했다. 카지노 사이트호 참사 이후 언론 보도 행태를 연구했던 박종희 교수는 “이태원 참사처럼 반복되는 사회적 재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언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회적 시스템을 의제화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연대를 통한 치유의 발판=법·제도의 거시적 변화에서 나아가, 카지노 사이트호 참사는 시민 간 연대로 이어지기도 했다. 오지원 변호사는 “많은 사람이 실시간으로 목격한 카지노 사이트호 참사는 피해자를 넘어 모두의 참사가 됐다”라고 전했다. 시민사회와 연대하는 과정에 참사 피해자는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를 외치고, 사회를 안전하게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주체가 됐다. 김선우 사무처장은 “지난 10년은 참사 피해자가 심리 치유를 받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에서 더 나아가, 참사의 피해자도 진실을 알 권리가 있으며 이들이 안전을 외쳐야 세상이 변한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류현아 활동가도 “카지노 사이트호 참사 피해자도 권리의 주체이자 마땅히 배·보상받아야 할 주체라는 인식을 시민이 함께 만들어갔다”라고 강조했다.
카지노 사이트호 이후 참사가 반복되면서, 카지노 사이트호 참사는 거대한 연대의 상징으로 거듭나기도 했다. 전국시민행진 당일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위원장은 “우리는 지워질 수 없는 울분과 그리움, 깊고 아픈 마음에 공감할 수 있다”라며 “카지노 사이트호 참사의 진실, 이태원 참사의 진실을 찾을 때까지 우리는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라고 발언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재난 참사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안전한 세상을 위한 관련 법·제도 개정에 목소리 내기 위해 ‘재난참사피해자연대’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김선우 사무처장은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다양한 참사 피해자 간 연대가 확산하며 재난참사피해자연대가 만들어졌다”라고 언급했다.
현재진행형인 카지노 사이트호 참사, 앞으로의 과제는
◇재난관리 체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그러나 근본적으로 안전을 도외시하는 사회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사회적 재난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카지노 사이트호 참사 이후 신설된 재난안전통신망은 이태원 참사와 오송 참사 당시 작동하지 않았다. 이에 이동규 교수는 “새로운 재난 관리 체계가 실패하는 이유는 참사 이후 조직만 개편하거나 예산만 증액하는 식으로 성급하게 재난 학습을 진행하는 관습 때문”이라며 “재난이 발생한 기술적 원인과 구조적 원인의 맥락을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재난관리 체계를 만들어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 일환으로 재난에 가장 먼저 대응하는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역량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이 교수는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재난 대응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순환보직을 제한하거나 기초지방자치단체에 재난을 빠르게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분석조직을 설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필요해=국회에 4년째 계류 중인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역시 남은 과제다. 현재 재난관리의 기반이 되는 재난안전기본법은 정책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기본법이 아닌 현장에서 행해지는 절차를 담은 집행법으로서의 성격이 강해, 안전 및 생명과 관련된 국민의 권리와 국가의 의무를 제대로 명시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하고자 2020년 11월 발의된 생명안전기본법은 재난과 재해를 비롯해 사람의 생명과 신체 및 재산 등에 대해 위험을 야기하는 안전사고의 직·간접적 피해자의 권리를 규정하고, 안전권을 위해 국가·지자체·기업이 지켜야 할 원칙을 명시한다. 또한 국가가 기억과 추모에 관한 시책을 마련하도록 규정한다. 4·16재단 박래군 상임이사는 “재난안전기본법은 재난 참사가 발생하면 중앙·부처·지자체가 어떻게 대책본부를 만들고 재난에 대응할지 그 절차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집행법적 성격이 강하다”라며 “안전권을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는 것을 명시한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독립적인 상설 재난 조사 기구 설립=미완으로 남은 진상규명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이고 상설적인 재난 조사 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선우 사무처장은 “현재는 항공기 사고가 일어나면 항공기 사고 조사위원회가 조사하는 식으로 정부 내 담당 부처가 소관한다”라며 “국가의 책임이 있는 사회적 재난 참사인 경우, 국가는 책임을 숨기고 진실을 가리려 하므로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조사 기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오지원 변호사도 지난해 9월 국정원이 자체 조사 결과 민간인 사찰 혐의가 확인되지 않아 권고안을 이행할 필요가 없다고 답한 사실을 꼬집으며 “한시적 기구는 조사 기구의 권고안 이행을 감시할 수 없고, 이행했다고 하더라도 이행을 제대로 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라고 역설했다.
◇카지노 사이트호 참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국가의 존재 이유=안전한 국가를 만들기 위한 변화는 카지노 사이트호 참사를 기억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지주형 교수(경남대 사회학과)는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므로, 우리는 카지노 사이트호 참사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카지노 사이트호 참사를 기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4.16연대 성기봉 활동가도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라고 생각하지만, 카지노 사이트호 참사에서는 국가가 제대로 구조하지 않고 진상규명마저 방해했다”라며 “안전한 국가로 바뀌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계속 카지노 사이트호 참사를 기억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유가족은 시민들의 작은 행동이라도 안전을 위해 목소리 내는 활동에 도움이 된다며 기억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단원고 2학년 9반 故 진윤희 씨의 어머니이자 4.16카지노 사이트호참사 가족협의회 김순길 사무처장은 “유가족들은 지나가는 차나 사람의 가방에 노란 리본이 달려 있으면 함께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삶의 원동력을 찾는다”라고 전했다.
유가족과 활동가들이 온전한 진실과 완전한 책임을 묻는 이유는 10년 전과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나를 포함한 사랑하는 모두의 생명권과 안전권이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카지노 사이트호 참사 이후 10년간 우리 사회에는 참사를 방지하기 위한 조사와 연대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여전히 의문점이 남았고 재난은 계속 반복됐다. ‘10년이나 됐으니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지난 10년을 발판 삼아 더 안전한 사회로의 변화를 위해 카지노 사이트호 참사를 기억해야 할 때다.
사진: 김부송 기자
love307373@snu.ac.kr
인포그래픽·삽화: 김예라 기자
siksik0928@snu.ac.kr
레이아웃: 오소영 편집기자
ohsoyoung200s@snu.ac.kr
*지면에 싣지 못했으나 많은 분들께서 카지노 사이트호를 기억하며 좋은 말씀 남겨주셨습니다. 기도형 교수(계명대 산업공학과), 법무법인 원 김도형 변호사, 박소진 교수(신한대 리나시타교양대), 여성연구소 홍찬숙 객원연구원, 신혜란 교수(지리학과),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유해정 센터장께서 자문에 응해주셨습니다. 김민석 씨(아시아언어문명학부·14·졸), 민달팽이유니온 지수 활동가, 권지웅 씨(36)께서도 청년의 시선으로 바라본 카지노 사이트호의 기억을 나눠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